첼로
연주 소리가 들리지 않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 5년
간 듣고 있던 첼로 소리가 하루 아침에 사라질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에 꽃집에 가는 길에
앞집에 사시는 할머니께 여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사갔다고 하면 어쩌지?
내가 연주할 수 없는 큰 악기를
누군가 매일 연주해 준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었는데
말이다.
내가
꽃집에 나가는 시간은 매일마다 다르다.
꽃집에는 오픈 시간을 꽃집 주인이
도착하는대로 엽니다라고 써 놨다.
물론 문 닫는 시간도 꽃집주인이
하루를 마감하고 싶을 때라고 적어놓았기 때문에 내가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는 정말 내 꽃집이었다.
오늘은 꽃집에 나가기 전에 앞집
할머니께 들려야 하기 때문에 조금 일찍 나섰다.
물론 꼭 몇 시에 꽃집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생각지 않은 여타의 일들을
해결하고 꽃집을 갈 때면 늘 꽃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잘 지내셨어요?”
“깽깽이
이사갔냐고?”
“네?
이사갔어요?”
“아니,
그거 물어 볼려구 온 거 아닌가?”
“그렇긴
해요. 그런데
정말 이사갔어요?”
“아니라니까.”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그걸 물으러 왔다는 걸......”
“뭐
변할 때마다 나한테 와서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물어보니까 이번에도 물어보겠거니
했지. 이사
안 갔어. 외국으로
공연하러 간대. 한
일주일 있다가 온다고 하던데?”
“해외
공연이요? 깽깽이
가지고 간 거에요?”
“그런가봐.
그 큰 걸 가지고 그렇게 돌아다니기가
힘들텐데 말이야.”
“그러게요.
할머니,
저 이만 가 볼게요.
감이 잘 열렸는데,
안 따세요?”
“귀찮네.
먹고 싶으면 따 먹어.
아니면 까치나 먹겠지,
뭐.”
“오늘
말고 내일 점심 때 와서 딸게요.
안녕히 계세요.”
“꽃집
나가는 거야?”
“네,
오늘은 국화가 새로 들어올 날이에요.”
“우리집
마당에도 국화 많아.”
“네,
저도 마당에 노란 국화 있어요.
가을에 국화가 좋죠.
전 특히 노란 국화가 좋아요.”
“그려.
걸어가는 거지?
자전거는 요즘 왜 안 타?
하긴 좀 날이 추워졌긴 해.”
“걸어다녀도
좋아요. 가을
바람도 맞고, 코스모스도
많이 볼 수 있구요.
내일 올게요.”
“어여
가.”
그렇게
끝이 없던 아침 대화는 할머니가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끝이 났다.
한숨이 나왔다.
첼로가 해외 공연을 갔다니......
이젠 제법 유명해져 버린 것일까?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공연을 많이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첼로 소리
없이 이 길을 걸어 돌아올 생각을 하니,
가는 길도 길게만 느껴졌다.
물론 첼로가 언젠가는 유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내 귀에도 그 소리는 아주 멋졌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빨리 해외 공연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꽃집을
열쇠로 열고 있는데,
안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꽃집으로 전화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손님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자동응답기가 없는 전화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굳이 꼭 자동응답기가 있는 전화를
설치하게 만든 것은 일본에 있는 엄마였다.
전화벨이 세 번 울리자 자동응답기에서
경쾌한 음악과 함께 어설픈 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하나 꽃집입니다.
삐 소리 후에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삐-
No comments:
Post a Comment
Please leave your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