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15, 2010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

여행을 하는 그 전후로 해서 관련 책자들을 많이 읽게 되는데, 소설 또한 이 관련 책자 목록에 들어간다. <상실의 시대>는 도쿄에 다녀 온 후 10년 전 내가 읽었던 느낌과 전혀 다르게 다시 읽은 책이다. 신주쿠를 설명한 대목이나, 시부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와타나베의 심경이 이렇게도 잘 이해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일주일 전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 듯하게 잘 이해 된다는 연결고리를 스스로 형성한 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레이코는 하코네로 신혼여행을 갔다는 얘기를 했다. 10년 전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때 하코네는 기억에 남지 않았던 세 글자의 단어였음이 분명하다. 하코네를 찾아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신혼 여행으로 가는 장소이기도 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상실의 시대>에서 레이코가 언급한 그 하코네를 통해 내가 다녀왔던 하코네 또한 또 다른 의미가 되어 버렸다. 아름다운 가을 하코네의 모든 산들은 울긋불긋 물들어 있었다.
 일본은 의외로 춥지 않았는데, 아니 도쿄나 하코네는 의외로 춥지 않았는데, 위도가 생각보다 많이 아래에 있는 것 같았다. 그저 서울마냥 추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리바리 내 몸을 칭칭 감았던 목도리도 하지 않았지만, 하나도 춥지 않았던 것을 보면.
 내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하는 말이나, 자주 일기에 쓰는 표현들이 하루키를 통해 <상실의 시대>로 펼쳐질 때 약간은 섬뜻한 생각도 든다. 인간이란 참 비슷한 동물들인가보다. 우리는 의외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이에 대한 표현들도 아주 비슷하게 나오고, 비슷하게 받아들여진다. 뭐, 우리 모두 다 인간이니까 그렇겠지.
 10년 전 내가 <상실의 시대>를 읽었을 때와 10년이 지난 지금 읽었을 때의 차이는 내가 그만큼 세상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도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될까? 그 때는 한장 한장을 넘기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책 한권을 그냥 '뚝딱' 읽어 치워버렸다. 아무래도 무엇인가가 달라져 있는 것 같다. 그것이 확실히 무엇인지는 모르나, 세월이 지나갔다는 진부한 표현으로 일단락 지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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